"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소송은 엄두도 못내는 사람들에게 시민권익센터가 널리 알려져 저처럼 도움받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11월 김봉자(69·여) 씨는 보훈청을 상대로 낸 '고엽제 후유증 환자 유족 비대상 결정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고엽제 후유증(허혈성심장질환)을 앓던 김 씨 남편이 세상을 떠난 건 10년 전. 당시 보훈청은 '사망 원인이 고엽제 후유증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정했다. 자식들 만류에도 김 씨는 소송을 결심했다. 민간 변호사를 소개받았지만, 소송 비용이 문제였다. 억울한 마음에 포기할 수 없었던 김 씨가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부산YMCA 시민권익센터였다.
부산YMCA 시민권익센터
억울한 서민 법률 지원 1년
'고엽제 후유증' 등 잇단 승소
올해부턴 찾아가는 상담도
문을 연 지 갓 1년을 넘긴 부산YMCA 시민권익센터가 의미 있는 소송과 판결로 지역사회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시민권익센터는 김 씨처럼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돈 없고 힘 없어 법원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들에게 소송 실비만 받고 무료 소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동안 10여 건의 소송을 벌여 하나 둘 승소 판결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달 24일 진이근(75) 씨도 시민권익센터 덕분에 뜻밖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아파트 공사로 자신이 살던 주택이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다가 항소심 끝에 정신적 피해배상을 받아낸 것이다. 최근 진 씨는 배상금 300만 원의 절반을 센터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권·사회정의를 위한 '공익소송'도 시민권익센터의 또 다른 한 축이다. 고객정보를 불법 매매한 대형마트, 장애인 고객 짐을 분실한 항공사를 상대로 한 손배소를 진행하고 있다.
2년차에 접어드는 올해 시민권익센터는 좀더 '시민 속으로' 파고드는 사업을 마련한다. 복지관과 쪽방상담소 등 지역 구석구석을 방문해 '찾아가는 법률 상담'을 벌인다. 시민권익센터 김지현 변호사는 "사무실에 앉아서 기다리기보다 어려운 이웃들을 직접 찾아가 법률적인 지원 등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상담에는 시민권익센터 전문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이 힘을 보탠다. 법조인, 교수, 언론인 등 10여 명으로 구성된 자문기구인 전문위원회는 조만간 다양한 분야에서 위원들을 추가할 예정이다.
또 시민권익센터는 부산 1호 공익변호사인 김 변호사를 비롯해 시민활동가와 변호사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부산YMCA 송진호 사무총장은 "시민들의 권익을 위한 이슈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지역사회 안에서 더 구조적인 문제와 묵은 고리들을 찾아내 하나씩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기사 출처 [부산일보 게재 : 2016-01-18 (9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