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동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노숙인 김 모 씨. 실직노숙인조합제공
속보=섬으로 팔려 갔던 노숙인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선주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자(본보 지난 2월 11일자 8면 보도) 지역사회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섬에 팔려 갔다 온 김 모 씨
무료 법률·의료지원 나서
부산 YMCA 시민권익센터는 "부산역 노숙인 김 모(31) 씨의 민·형사상 소송 대리를 맡아 증거 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8일 밝혔다. 지난 1월 부산역으로 돌아온 김 씨는 전남 영광군 낙월도에서 3년 9개월간 일했다. 하루 20시간씩 일했지만 손에 남은 것은 빚 48만 원뿐이었다. 1년 동안 일하면 2천만 원을 주겠다는 근로계약서는 아무런 효력이 없었다. 시민권익센터는 노동에 대한 대가 외에도 치료비, 신체장애로 인한 근로능력상실분에 대한 손해보상까지 포함해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강제근로와 산업재해보상 위반 등에 관한 부분은 형사상 책임도 묻는다. 김 씨는 일하던 중 앞니 2개가 부러졌지만 숙소에서 무면허 시술을 받았다. 시민권익센터 전문위원 이지욱 변호사는 "피해 노숙인들은 소송 진행과정이 너무 어렵고 착취 현장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에 만족해 별다른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이번 소송 결과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동래구 대동병원은 지난 2일부터 김 씨에게 무상으로 의료 지원을 벌이고 있다. 김 씨의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확인한 뒤 정형외과와 정신과 진료를 시작했다. 김 씨는 발목 쪽 인대 파열 후 일을 계속해 만성족관절염좌를 앓고 있었다. 또 김 씨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우울증 진단도 받았다. 대동병원은 무상으로 김 씨의 재활을 돕는다.
실직노숙인조합 이호준 위원장은 "지역 시민단체, 병원에서 건넨 도움의 손길은 김 씨가 다시 자립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
▶부산일보 게재 : 2016-03-10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