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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관광지 업소 신용카드 거부 실태
'모범음식점'도 "현금 달라" 강요
박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
부산지역 유명 관광지의 모범 음식점들이 신용카드 결제나 현금 영수증 발행을 거부, 관광객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부산의 이미지를 해치지 않기 위해 관계당국의 실태 조사와 행정 지도가 필요하다.

30일 부산YMCA에 접수된 피해 상담 사례에 따르면 경기도에 사는 임 모(40) 씨는 지난 26일 지인들과 함께 부산 여행을 왔다가 중구 남포동의 한 전통음식점을 찾았다. 해당 식당은 관할 구청에서 지정한 '모범음식점'이었다. 하지만 임 씨는 10만 원가량의 식대를 결제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내밀었다가 면박만 당했다. 카드 결제는 안된다는 것이다.

현금영수증 요구에 '부가세 10% 추가'
단속·규제 법망 느슨, 피해사례 잇따라


결국 지인들의 주머니를 털어 음식값을 치른 임 씨는 "변두리 식당도 아니고 명색이 관광지구의 모범음식점이라는 곳까지 '카드 사절'을 외치는 행태에 기가 찼다"며 불쾌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친지들과 함께 자갈치 회센터 인근의 곰장어구이 골목을 찾은 정 모(34)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카드를 내민 정 씨에게 업소 주인은 "카드는 안 받는다"며 "우리 가게 뿐 아니라 이 지역의 다른 곰장어구이 집들도 모두 그렇게 하고 있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정 씨는 "영도구의 한 해변가 식당에서는 아예 대놓고 '카드 거절'이라는 문구를 붙여놓고 있더라"며 "일부 관광지 업소들의 배짱 영업이 관광 부산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부 상인들은 현금 영수증 발행이나 카드 결제를 요구하면 부가세 명목으로 현금가에서 10%의 추가 비용을 따로 요구하기도 한다.

이처럼 업체들의 카드 결제 거부 행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것은 당국의 단속과 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이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거나 부당 대우하는 가맹점주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처벌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금융감독원과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2005년 '불법가맹점 삼진아웃제'를 시행하면서 가맹점의 거래거절 행위가 3회 이상 적발될 경우 모든 카드사가 가맹점 계약을 해지토록 했다. 하지만 지난 한해 동안 접수된 신용카드 결제 거부 관련 민원은 3천300여 건에 이르지만 실제 삼진아웃 조항을 적용받은 가맹점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달 신용카드 관련 신고 업무를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카드 관련 신고 접수와 조사 업무를 카드사들이 회원사로 있는 여신금융협회로 일원화했다. 사실상 카드 관련 조사와 규제 권한을 이해 당사자인 카드업계에게 넘겨준 셈이다.

하지만 가맹점들을 고객으로 하고 있는 카드사들로서는 계약이 해지되면 수입원을 잃게 되는 셈이어서 제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영세 상공인들을 중심으로 소액 결제를 거부할 수 있는 입법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약 해지 등 실제 제재를 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YMCA 황재문 실장은 "카드 결제와 현금영수증 발급 요구는 대금지불 편의와 소득 공제, 공정하고 투명한 조세 정립을 위한 소비자들의 당연한 권리"라며 "9월 한 달간 신용카드 결제 거부, 현금영수증 발급 거절과 관련된 피해 상담(051-440-3354~5)을 집중적으로 받아 세무당국에 신고하고 개선책 마련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부산일보 201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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